[플레이백시어터 Level2] 무대위의 배우 과정 2020.10.9-10.11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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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9일~11일, 금~일, 3일 과정으로
플레이백시어터, Level 2. 무대위의 배우(Actor Onstage) 수업이 열렸습니다.
'Level 2. 무대위의 배우(Actor Onstage)'는 극적 몰입을 위한 압축과 집중, 은유와 상징을 활용한
무대연출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의외의 순간들에 대부들이 어떻게 살아있는 반응과 협응을 할 것인지 배웁니다.
3일간 10명의 참가자와 함께 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스케치합니다.
<한국플레이백시어터스쿨 Level 2 과정을 수료한 10명의 학생들과 트레이너 모미나>
참가자 후기
헤론
이번 과정은 Level 2 배우 액팅 수업이다. 한국 플레이백스쿨의 Level 2 는 플레이백을 이후는
다양한 역할들을 깊이 탐구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감독의 컨덕팅, 배우의 액팅,
악사의 음악, 각 역할들은 체험하다 보면,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나에게 다가오는
그 역할의 심장이 있다. 나만의 핵심 철학이라고 해야 하나?
나에게 이번 액팅 수업에서의 심장은 인식하기와 협응하기였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래서 내 마음속 깊이 어떤 것이 차오르는지 인식하고 내 마음속에
뿌듯하게 차오른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표현 속에 무엇이 차올라
있는지 감각하고 그것에 'yes'하면서 협응하는 것, 그 두가지가 이번 액팅 수업에서 내가
소중하게 가지고 채워온 핵심이다.
플레이백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며 플레이백커로 살고 싶은 이유는 연습의 과정에서
삶과 삶에서의 내 모습을 통찰하고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내가 얼마나 내 생각대로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살았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지...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그마저도 내 생각 프레임 안에 넣고 판단하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다.
그때마다 가슴이 뻐근하도록 아쉬움과 애잔함이 몰려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는 모두 따뜻한
소통과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은 깉은 열망이 있어, 뻐근한 아픔과 애도가 올라오는 것이 아닐까...
텔러가 사용하는 단어와 호칭, 분위기를 정성스레 감각하고 연극으로 펼치는 배우들의
정성이 텔러가 말하지 않은 진실을 불러와 텔레(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통함)을 일으키는
순간의 마법은, 우리가 모두, 온몸으로, 진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액팅 수업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컨덕팅에 큰 도전을 한 수업이었다. 그 도전이 내 마음속
아주 큰 허들을 뛰어넘은 순간이었다. 아직 무엇을 뛰어넘은 것인지 언어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내 삶에서 작은 변화 하나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감지한다.
그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 큰 길이 되어 나는 분명 한 걸음 더 진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랑 섞여 놀다 보면, 너무 재미있는데, 마냥 재미있다가도 문득 마음 아프고,
그러다가 실컷 울고 나면 분명 삶의 무엇이 발견되고 내가 더 진해지는 것. 이것이 내가 플레이백을 하는 의미다.
예랑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지 4일이 지나도록 3일간의 트레이닝이 몸 안에, 머릿속에 감돌고 있다.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포이에시스의 공간이 떠오른다. 첫날의 흥미로움과 둘째 날의 도전의 기운.
마지막 날, 평화로움과 따뜻함이 선명하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익숙해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도전했기 때문이지.'
'모미나 선생님이 만들어가는 양수와 같은 편안함 때문이지.', '내 몸과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우리가 함께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즐겼다. 즐거웠다. 바로 그곳, 그 시간에서!
플레이백시어터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트레이닝을 하지 못했다.
그 갈증이 폭발하여 선생님의 모든 말과 행동, 배움의 하나하나를 두 눈 부릎뜨고 흡수하고자 했다.
하여,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선생님의 한두 가지 말씀과 장면으로 그 소회를 말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human being, 감정 표현의 모든 원천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being, 그 상태에 충분히 머무르세요."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쓸쓸함'의 감정을 탐구할 때, 오히려 그 감정 속으로 깊이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선생님은 "지금 '쓸쓸함은 익숙한 것이지' 라고 말해보세요." 라고 하셨고,
어리둥절한 채로 그 말을 따라 했을 때, 1초의 간격도 없이 차오르는 슬픔을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human being, 사람은 누구나 감정 표현의 원천을 갖고 있고, 배우는 그것으로부터 진실한 감정 표현을 꺼내올 수 있다.
허를 찌르는 한 번의 문답으로 차오르는 슬픔 속에서 "신기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하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단전에 집중하여 연결하세요." 그라운딩에 대하여, 첫날의 웜업은 땅과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몸의 여러 부위를 땅에 맞닿고 굴려 그 진동이 낯선 나의 마음도 평온하게 했다.
둘째 날의 웜업은 털기였다. 음악에 힘입어 땀 흘리도록 흠뻑, 털어낸 것은 전날의 숙취이기도 했고,
남은 긴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둘째 날은 가장 많은 도전을 했다.
셋째 날의 웜업은 스윙이었다. 단전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돌아가는 팔다리를 느끼면서, 문득 코끝이 찡해졌다.
'내가 오랫동안 내 몸을 잊고 있었구나.', 내 몸과 연결되는 감각을 느끼면서 몸에 미안했고,
반가웠고 이내 평온하며 끝내 즐거워졌다.
오프닝의 웜업들 덕분에 3일 내내 흥이 차오르듯이 차오르는 자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Liveness, 현장성에 대하여, 'Live'에 대해 언제 말씀하셨는지 기억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아마 트레이닝 내내 살아 있는 현장성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3일 내내 나는
'비일상의 시간'을 살았기 때문이다. 둘째 날 밤, 일상 복귀의 신호를 알리는 업무 문자들을
보며 하루밖에 남지 않은 트레이닝을 아쉬워했다. 온전히 그 순간, 그 장소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일상으로부터 분리된 시간' 우리가 플레이백시어터에서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일상의 사건,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특별한 한순간이 된다. 음악과 천과 큐브와
삶의 이야기를 그렇게 내어주신 것에 대해, 그렇게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었던
순간에 대해, 정말로 감동 없이 그 순간을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즉흥이란 정줄을 놓는 것이 아니에요.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 리듬을 타고 올라 한바탕 노는 것이지."
즉흥에 대해 두려운 배우가 많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장면을
만들어가고, 합을 맞추고, 적절하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래서 즉흥은
'두려움'일 수 있다. 그 두려움에 대하여, 선생님의 말씀은 '즉흥이란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해주었다. 왜냐하면 화자의 이야기에, 무대 위의 다른 동료에게, 나 자신의 상태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으면 리듬을 느낄 수 있다. 그 리듬이 즉흥의 기반이 된다. 무언가에 기댈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제안과 수용, 동료의 상태와 리듬에 기대어 함께 만들어간다. 그것이 얼마나 안심되는 일인지,
선생님은 또 말씀하셨다.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그 긴장을 즐기겠다는 말이에요."
기분 좋은 긴장감. 무엇을 제안해도 괜찮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오히려 화자가
더 큰 감동과 성찰을 가져갈 수도 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깨달음이었다.
이밖에도, 머릿속을 감도는 말들이 많다. 몸으로 익히고 배운 것들이 많다. 점점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3일간의 시간을 이렇게 나의 '그라운드'로 보내고자 한다. 내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분 좋은 토양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