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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포이에시스 즉흥공감극장 공연팀은 지금

20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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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에시스 즉흥공감극장 공연팀 소식입니다. 6월에 봄 공연을 예정하고 있던 우리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봄 정기공연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3월 말이 되자 이 상황이 진정국면에 접어든다 해도 당분간 극장의 밀집한 객석에 사람들이 가까이 앉아 공연을 보는 것이 수월하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이 어려운 국면에도 서로를 돕고 지원하기 위해 나서는 많은 이웃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목격하면서 우리도 무언가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연자로서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 마음의 연대에 도움이 되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온라인 무료 공연’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하는 공연, 플레이백 시어터는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몸짓과 음악으로 공감적 반영을 하는 방식이라 어려운 시기 마음을 연결하는 데는 더 없이 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공연양식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집합적 즉흥이라서 처음엔 공연팀은 포이에시스 스튜디오에 모여 연기를 하고 관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을 생각했는데요. 그러나 곧 이 시국에 배우들이 한 공간에서 몸을 부딪히며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 관객들이 마음이 편할까 우리팀 배우들은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객의 이야기에 배우나 뮤지션 한 사람이 1:1로 반응하는 솔로이스트 방식을 떠올렸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이 나서 팀에 제안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공연팀은 2월 말부터는 매주 만나서 하던 연습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신체적 연습외에 챙겨야 할 것들 나누는 시간을 가져오고 있는데, 이 아이디어를 듣고 팀원들이 반가워해주면 좋겠다 하는 상상을 하며 다가오는 연습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연습시간에는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각자 안부를 먼저 나누는데, 그날따라 팀원들이 의뢰받았던 예술교육, 공연 등이 전부 취소되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얼마나 생활도 마음도 움츠러들고 있을까 싶으니, 잠시 후에 풀어내려고 옆에 챙겨둔 새로운 공연 아이디어 보따리가 무색해졌습니다. 이야기를 꺼내야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참여하자고 말을 꺼내기가 영 쉽게 나오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가슴 안쪽 어디서 조그만 목소리가 제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려울 때라도 타인에게 나누어줄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확인하면 스스로도 더 힘이 생기는 거 아닐까. 일단 말 해봐. 그들의 응답이 어떨지 아직 듣지 않았잖아’ 그래서 잘 안 나오는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며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사람들의 마음을 응원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무료 공연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참여를 해보자고. 


조금 전 밥 걱정에 한숨을 쉬었던 이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이며 동의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동료들이 그 순간 알아차렸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정말 뭉클해서 바로 말을 잇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거 정말 행복하구나...고마운 마음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 뒤로 연기든 연주든 솔로로 이야기에 반응하는 연습을 매주 해보고 있습니다. 고정된 카메라 앵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새로운 환경, 다른 배우와 협력할 수 없는 한계,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화상 연결 시스템 등이 매번 도전으로 등장하고, 낯선 조건 속에 이루어지는 연습 장면 마다 '오~ 멋진데 이정도만 하면 괜찮겠다' 싶었다가 어떤 때는 '어우 이거 어떡하지 하지말까' 싶었다가 오락가락 하지만 그래도 해나가고 있습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하고 싶다고 마음 모았으니 그 방향으로 한 걸음, 이 시도 자체가 우리를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눌 수 있으면 그만큼 그 존재 자체의 힘이 자란다고 믿으니까요.   2020.04.10.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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