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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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통합예술전문가교육 1년간의 과정이
12월에 둘째주에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통합예술전문가교육 과정
1년차, 3년차 교육생 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step1 오후반 교육생 11명과 모미나 선생님
<참가자 후기>
낭구
1년차
처음 포이에시스에 문을 두드렸던 건
'표현예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누구나 노래하고, 춤추고,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그저 구경하고 듣는 것으로 그쳤는데,
'삶의 예술'이라니, 그건 뭘까 궁금했다.
그리고 내 삶에 환기가 필요했다.
늘 걷던 길이 아닌 낯선 곳에서 낯선 바람을 쐬고 싶었다.
근데 정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땅을 여행하게 되었다.
꽃봉오리가 경추 마디를 알아차리며 고개를 들고,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척추뼈 하나하나를 느끼고,
살면서 뼈 마디를 만나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몸의 탐험을 하며,
걷고, 기어다니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 일이었나?
내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발바닥이 어떻게 힘을 쓰는지 알아차리면서 걷는 일은
생전 처음 걸어 보는 사람처럼 낯설고 신기했다.
그리고 몸의 경험은 어떤 정서와 기억을 불러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른 느낌을 그리는데, 할머니가 떠올랐다.
무섭고 엄격했던 할머니,
그래서 할머니 앞에서는 잘하려고 늘 애썼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나를 바라보던 할머니의 눈을 그리고 다시 바라보는데,
그 눈길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순간 발바닥부터 다리까지 온기가 전해졌다.
이건 뭐지? 따뜻함이라니,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할머니와 따뜻함은 한번도 같이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이었다.
그런데 부정할 수 없었다.
분명 따뜻했고,
그 온기가 묻어 두었던 또 다른 기억들을 불러냈다.
겁이 많던 내가 무섭다고 하면 언제나 업어주던 할머니,
옛날 이야기 들려주던 할머니,
다시 떠오른 할머니는 다정했다.
무서워서 쉽게 긴장하고,
가슴 졸이는 조심스러운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원망했던 시간들이 한없이 미안했다.
12월에 떠난 자전여행에서 나의 리츄얼은
"할머니와 싫어, 가슴의 긴장"이었다.
'싫다'고 소리치면서, 시작된 리츄얼은
답답함과 분노를 지나 슬픔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할머니 미안해, 미워해서 미안해"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게 되었다.
가슴이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감정을 허락하고,
감정이 몸을 타고 흘러가며 다른 색깔이 되었다.
감정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몸이 특히 가슴이 가벼워졌다.
촛불을 밝히고 할머니를 애도하는 의식을 치렀다.
살면서 처음으로 온 마음과 온몸으로 치른 의식이었고,
그 시간 내내 깨어있을 수 있었다.
그건 1년 동안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알아차림을 일깨운
선생님의 길 안내가 있어 가능했다.
그리고 1년 동안 감각을 일깨운 놀이가
놀라운 경험을 이끌어냈다.
자전여행 이틀째 날, 둘씩 짝지어 숲에 들어가,
눈을 감고, 짝의 안내에 따라 자연물들을 감각했다.
눈을 감는게 보이지 않는것이 아니라,
더 잘들리고,
더 잘 느껴져,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잊을 수가 없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며칠뒤, 지하철을 탔다.
늘 똑같은 자리, 꼬리 칸에 멈춰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다음 전철이 6분 뒤에 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제자리에서 까딱까딱 움직이다가
문득 반대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이어폰으로는 음악이 들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제일 앞칸에 가서 뒤로 돌아본 순간,
역사 안의 긴 통로가 사다리꼴로 확장되어 보였다.
천장에 달린 조명도 환하게 보이고
넓은 통로가 멋진 무대 같았다.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나 혼자만의 춤을 추었다.
1년 동안 모미나 선생님의 안내는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함께한 길동무들은 따뜻했다.
안전한 공간과 따뜻한 눈길 속에서
마음껏 울고 웃고 놀았다.
수업이 끝난 지금,
땅속을 다녀서 답답하던 지하철이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푸쉬케
2년차
반가워요. 푸쉬케라고 해요.^^
저와 포이에시스 인연은 이제 3년즈음 되어가지만,
그 이전에 프롤로그 같았던
기억의 한 토막을 먼저 들려드리고 싶어요.
친구들과 참석한 워크숍에서 모미나 선생님을 처음 보았어요.
그곳에서 '힘들이지 않고,
자리에 눕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연구해 보세요.'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몸에서 마치 꽃들이 피고 지는듯한 아름다움을 보았고,
이유도 모른채 흐르는 눈물과 함게 해방감을 맛보았던 것 같아요.
그날 이후 한참동안 제 머리에는
'봉인해제'라는 단어가 맴돌았어요.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단단히 묶어 두었던
'나의 몸'에 이제는 자유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네 맞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포이에시스를 만나면서 찾아가고 있어요.
처음 일 년은 몸의 움직임을 관할하면서,
나의 몸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예전처럼 '걸어!'라는 뇌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걷는 동안 내 몸의 어느 부분이 참여하는지를
의식하며 걷다 보니,
발가락에서부터 척추를 지나 팔과 머리까지
어느 한곳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의식하며 바라보니 그야말로 온몸이 펼쳐내는
행위예술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걷기 시작하며,
몸의 리듬을 발견하고,
몸의 말을 번역하니, '춤'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러면서 견고하고 높았던 예술의 장벽이 무너지고,
일상에서 예술을 하며,
나다움과 영성을 찾아가는 탐험의 여정을
걷는 푸쉬케가 되었네요.
망설임의 연속이었답니다.
단언컨대 저 혼자만의 노오력으로 가능한 건 아니었어요.
비교와 판단의 언어 대신에 응원과 지지의 피드백과
포이에시스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존중과 안전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저는 믿어요.
그리고 참! 공부하는 내내 저는 선생님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한 동료들로부터 참 많이 배웠답니다.
나의 언어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영혼의 언어와
'Wonderful Mistakes' 를 통해
배움의 지경이 확장되곤 했어요.
나만의 고유성이 중요해서 결계를 쳐두었던
세계의 빗장들을 열기 시작하니 '공존'이라는
새 세계가 다가오더군요.
새 호기심과 아름다움의 주체일뿐만 아니라,
배울게 천지에요.
이제야 비로소 지구별 여행자의 일원이 되려나 봅니다.
이외에도 포이에시스에서 펼쳐진
저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만,
애써 조금만 들려드렸어요. 왜냐구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포이에시스의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요.
저의 여정에 잠시 들러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포이에시스 또한 응원합니다.
step1 오전반 교육생 8명과 모미나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