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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예술교육 전문가 과정] 가장 큰 용기를 준 공부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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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배운 것들 중 가장 큰 용기를 준 공부다.  

                                                                                                            

 -신현동 왜가리

 

   어제 교무부장님과 통화를 했다. 통화하면서 가슴이 뻐근하고 시큰함이 온다. 뭔지 모르고 지나쳤다. 저녁에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다시 한 번 가슴이 뻐근하고 시큰함이 왔다. 이번엔 놓치지 않고 호흡으로 그 감각과 함께 숨을 쉰다.
몸을 살펴보니 얼굴 근육이 조금 저릿하고 가슴이 뻐근하고 그 아래 내장 기관쪽으로 시큰함이 느껴진다. 너그럽게 허락하며 내 감각과 숨을 쉰다.
다른 감각들은 엷어지는데, 배 한 중간에서 다시 단단하게 뭉치며 작아지는 덩어리가 있다. 다시 그것과 숨을 쉬면서 내 몸의 다른 기관들이 그 감각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느껴본다. 움직임이 시작된다. 좌우로 서서히 움직이며 단단히 뭉친 그 감각과 함께 춤을 춘다. 소리도 나온다.
이야이야. 그때 나에게 찾아온 언어. 슬픔. 눈물이 난다. 허전함. 아쉬움. 몸의 근육들이 긴장이 풀린다. 뭔가 부드러운 느낌이 찾아온다.
그리고 생각이 떠오른다.

아 내가 누군가랑 싸우면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구나.’

내 편이 되어 싸웠던 사람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하지 않는구나.’

내가 돌아갈 곳이 없구나.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존재감이 없겠구나.’

   그 생각들과 함께 내 몸의 감각을 살핀다. 머리가 뻥 뚫린 느낌이다. 다시 호흡한다. 너그럽게.. 아랫배쪽이 묵직하다. 기대어 숨쉰다. 허벅지도 느껴본다.
단단하다. 내 주변의 공간을 살펴본다. 손을 움직여 공간을 확보해본다. 다시 다가오는 언어 존재감, 편안함, 어디에 있건 나는 내 자리에서 아름다운 내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있는 힘, 부드럽다. 그 안의 부드러움과 사랑.

 

   복직할 학교의 교무부장과 동료 교사와 통화를 하며 느낀 나의 감각과 함께 공감하는 이 시간이 아니었으면 내 선한 욕구인 '존재감과 사랑'의 실천을 위해 또다시 누군가와 대결하고 싸우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하건 나는 내 에너지로 살 수 있다.’ 도덕적 판단으로 옳다고 생각한 신념에 기대어 그것을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결하려 했던 나를 인식했다. 어제 통화한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욕구 차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느낀다.

 

몸에 흐르는 욕구 에너지, 사랑, 실천, 부드러움. 그러한 나를 인식하고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을 배웠다.

 

 

이 모든 것이 통합예술교육 전문가 과정 1년을 이수한 후의 나의 변화이다.

 

   비폭력 대화를 수 년간 배운 나는 모미나 선생님의 을 인식하는 수업이 NVC의 실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친구의 말을 따라 시작하게 되었다.

   첫 수업부터 척추를 인식하고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내려가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내 몸을 굴리며 내 근육과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식하는 움직임수업은 생소하기만 했다. 몸이 잘 감각되지도 않았고, 그 움직임을 통해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선생님은 떠오르는 말이 있으면 자꾸 말하라고 하는데 뭐라고 말한지도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그렇게 수요일 3시간을 다녀오면 뭔가 몸이 시원했고 산뜻했고 가벼웠다. 그렇게 척추, 골반, 발바닥, 에너지 모으고 펼치기 등을 배웠고 몸을 움직였는데 머리도 시원하니 참 좋네하며 2~3개월을 다녔다.

   나에게 위기가 온 건 5월이었다. 난생 처음 휴직 기간을 가진 나(진학, 취업, 직장, 육아 등)5월 정도에 들어서 내 머릿속 생각들이 너무 잘 읽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읽히는 생각들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들 그리고 내 자신을 비난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정말 끊임없이 그 비난하는 메시지들이 내 삶에 매 순간 펼쳐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게으르다. 결정 장애이다. 속물이다. 늘 밍기적거린다. 뭘 해도 잘 못 한다. 노력해야 한다. 뒤쳐질 것이다. 잘 못하는 걸 들킬 것이다. 등등'

   이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어쩌지를 못하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 생각들이 멈춰지지도 않고 이렇게 산 내가 부끄러워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기도 했다.

   그때 모미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무엇이든지 안전한 예술에 던지세요.’ 딸 아이의 지점토가 보여 얼른 그것을 잡고 계속 뭉쳤다. 뭉치면서도 특정한 모양을 만들어야 해.’, ‘잘 만들어야 해.’ 메시지가 떠올랐고 확인하면서 내 손의 감각에만 집중했다. 오로지 내 손의 감각에만 집중하고 온갖 기괴한 모양들을 만들었다. 온전한 내 감각으로 만든 그 생산물. 내 손과 함께 있었던 시간.

   그 즈음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물끄러미 바라본 파도가 내 뱃속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울렁울렁, 너울너울, 거대한 바다 물결의 큰 힘.. 온 몸이 저릿저릿했다. 파도의 힘이 내 안에서 느껴지면서 함께 일렁인다. 수업에서 공유하니 선생님이 글 한 편을 읽어주셨다. 파도의 키스.

   내가 자연에 에너지로 접촉하고 새롭게 감각한 그 날을 기점으로 조금씩 내 삶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 기점이 없었다면 어제 사람들과의 통화에서 느낀 내 감각, 감정은 묻혀버리고 늘 뭔가 혼란스럽고, 노이즈가 가득 낀 듯한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날리고, 나에게 화살을 날리고..또 쳇바퀴.

 

   내 몸의 감각을 열고 내 스스로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내 진실에 가까이 가고 내가 바라는 삶을 살도록 돕는 표현예술치료과정.

 

   밤에 잠자기 전 명상시간에 호흡을 한다 내 몸과 호흡한다. 머리, , 눈을 잡고 있는 근육, 아름다운 틈이 있는 퍼즐같은 두개골 뼈, 그 안에 눈을 받치고 있는 화려한 바로크 양식 안구뼈(?), 두개골 안에 무한대로 뻗쳐있는 우주 같은 뇌, 목 뒤 움푹 파인 공간, 척추 하나하나 타고 내려와 골반, 골반 안쪽 센터, 꼬리뼈, 단단하고 탄력있는 허벅지 근육, 무릎 관절, 발바닥까지.. (이게 모두 수업 중 인식한 곳들이다.)

   호흡을 하면 박하 향기처럼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는 뭐랄까...아주 화~한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찰나도 있다. 박하 향기 같은 화~한 세계, 산뜻하고 가볍고 행복한.

 

   이제는 내 삶에서 어떤 것이 와도 그것과 함께 숨쉴 수 있고, 노래도 할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고,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물론, 견디지 못하고 풀썩 넘어질 때도 많지만^^) 매우 용기가 난다. 나는 내 삶의 파도와 함께 서핑할 수 있다. 서핑보드에서 떨어져도 다시 올라올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동안 내가 살면서 배운 그 어떤 공부보다 큰 용기를 얻은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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