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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통합예술전문가교육 STEP1 참가자 후기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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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통합예술전문가교육 1년간의 과정이

12월에 마무리되었습니다. 

STEP1 오전, 오후반 각 교육생 분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담요  

'저의 고민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나는 경력 22년의 대한민국 초등교사입니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목표는

여전히 진행형인채로 고민이 많지요.

무엇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왜 다른지,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무관한지에 대해 

자책하는 일이 많습니다.

교실에서 몸의 소외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이 저의 정체성과

제가 가르치는 일이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과연 좋은 어른으로서

아이들과 만나는가 스스로 자주 물었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통합' 이라는 말에 이끌려 이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분절된 것들,

이를테면 몸과 마음, 언어와 행동, 정서와 신념, 

나와 너에 이르기까지...,

연결하고 뒤섞고 함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STEP1을 2년간 경험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첫해에는 통합에 대한 철학적 합의의 시간, 

그 다음해는 그것을 몸으로 조금 더 연습에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 각자가

얻어가는 바(?)도 제각기인 것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좀 더 쉬운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길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도대체 매주 수요일 밤마다 뭐 배우러 다녀?"

"아기 돌봄 하는 거예요. 저랑 사이가 안 좋아서..., 허허허"

"뭐 명상 같은 거야? 아니면 요가나?"

"음...,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더 통합적인 것?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고, 글도 쓰고, 뭐 울기도 하고."

"... ..."


오늘은 좀 더 길고 구체적인 말로

저의 경험을 표현해봅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이어서

이 과정을 충분히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저의 경험은 이러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의 개인적 역사를 자주 돌아보았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했지만,

각자의 삶에 그 경험이 만든 무늬와 색깔이 

다 다르다는 것에 자주 감탄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경험이 귀했습니다. 


내 몸을 내가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습니다.

목 아래는 통증이 있을 때만 알아차려 왔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할지 새롭게 보고 연습합니다.

그것이 나의 정서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경험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을 멀리서 보게 됩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슬픈 순간도 만났습니다. 

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 모두 그런 과정을 함께 겪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연약한 면도 드러내고 엉엉 우는 날도 있었습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의 눈을 덜 의식하는 데서 나아가

그들의 어깨에 기대어 우는 것에 감사한 날도 있었습니다. 


탐험하듯 자신을 만나도록 허락하는 일이

왜 힘들었는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와 관계를 회복하는 첫 단추를 발견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저에게 가장 감사한 일이 되었습니다. 


깃털

5년전 비폭력 대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우연히 모미나샘 5주 과정 '몸을 깨우다'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포이에시스 step1 수업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3형제를 키우고 있었고

막내는 3살이었던 내게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러다 5년이 지난 지금,

1년 과정을 수강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니,

삶이란 이런건가 싶다. 

내가 정말로 가슴에 담아두고 줄을 놓지 않으면서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길 위에 있으면, 

꿈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 같은것. 


'삶은 나에게 '희망'이다.'라는 말로

포이에시스 스텝1 과정 후기를 시작하려 한다. 


포이에시스 step1 수업 첫 시간,

자신의 신체를 그리라고 했다. 

정확한 미션(?)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척추, 허리를 시커멓게 칠한 내 모습을 그렸다. 

등 허리 통증으로 20여 년 가까이 고통받아 오고 있던 내가,

나의 신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이미지는 

통증으로 고통받으며 찌들어 있는 나였다.

너무도 솔직하게 그려진 내 그림을 보고 있으니,

슬퍼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더 아팠던건,

이토록 통증에 힘겨워하는 나 자신의 몸을

내가 싫어하고 혐오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울하고 비참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잠시 뒤 갑자기 새로운 희망을 느꼈다.

'1년 수업이 지나면,

이렇게 시커멓게 그려진 내 그림이 아름답게 변해 있겠지,

무지개색이거나 순백색의 하얀 빛깔로 칠해져 있겠지.'

이렇게 첫 수업 시간은

'우울함'과 '한 줄기 희망'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감정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수업 시간은

주어진 몸동작에 대한 알아차림의 반복적 연습이었다.

하지만 주의를 몸의 감각에 둔 상채로

판단과 해석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연습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40년 넘게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낯설고 어색했고 잘 안 되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거지?"

"난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하는 나무토막이야."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이 모양이야."


좀 더 잘 느끼지 못하는 나를 질책하고 답답해했다.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머무는 연습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느끼게 만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이에시스에서는 혼자서 그렇게 하도록

오랜 시간 내버려 두지 않았다. 

판단과 해석의 세계 속에서 헤매고 있는 순간마다,

알고서 기다렸다는 듯

선생님의 따뜻한 안내가 항상 나를 보호해주었다.

선생님의 따뜻함이 깃든 도움의 손길은

내가 헤매는 모든 순간에 함께 했고,

나는 마음껏 실수하고 방황하고 구덩이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일어나서 도전하고 탐색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보호받고 있었고,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은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하려고 애쓰는 삶을 살아왔는지,

나의 실수와 타인의 비난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사람들과 갈등을 얼마나 못 견뎌했는지,

나의 못난 모습조차도 허락하고 안아주는,

나는 40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세상속에서의

안전함을 느꼈다.

척추를 구부리고,

다리를 움직이고,

옆으로 눕고, 일어서고,

몸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뿐인데, 

마음의 풍경이 보였다. 평범한 움직임을 하고,

그 움직임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 감정, 사고를 알아차리고

탐색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어떻게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나는 지금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몸으로 경험했다.


스텝1 수업이 끝나가는 11월,

내 몸 크기의 대형 자아상을 그렸다.

그리고 나서 그림을 바라보는데,

그때서야 문득

까맣게 잊고 있었던 2월초에 그렸던 그림이 생각났다. 

등허리를 시커멓게 색칠하고 우울해했던 그림,

두 그림은 닮아 있었다. 

안타깝게도 11월 그림은

내가 그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무지개빛이거나 새하얀 그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림은 더욱 시커멓게 칠해져 있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있었다.

내가 그 시커먼 그림을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나의 있는 그대로를 담고 있는

그림을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2주 뒤, 1박2일 자전여행을 갔을 때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그 그림을 안아주고 있었다. 

고통에 힘겨워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그냥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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